독서리뷰

완독한 책 #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니그랑 2023. 10. 4. 11:43
 
도파민네이션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이란?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을 사용한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중독성은 더 커진다. 과거에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대상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꾸면서 중독의 법칙이 바뀌었다. 중독성 물질,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채팅, 음란 문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오늘날 큰 보상을 약속하는 자극들은 양, 종류, 효능 등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 디지털 세상의 등장은 이런 자극들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우리는 도파민,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된 탐닉의 사회, 도파민네이션에 살고 있다. 이제 누구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 박사는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 중독치료 센터를 이끄는 정신과 의사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의료 정책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으며 100여 편이 넘는 글과 논문을 발표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이력과 달리 그녀는 이 책에서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왔고 의사가 된 후에도 에로티즘 소설에 중독된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한마디로 중독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동시에 ‘내부고발자’인 셈이다. 『도파민네이션』은 최신 뇌과학, 신경과학 연구와 자신이 20년 동안 만난 수 만 명의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뇌, 중독 그리고 회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애나 렘키
출판
흐름출판
출판일
2022.03.21

 

왜 수많은 이들이 부유한 국가에서 풍요로운 물질 자원과 함께 살면서도
결핍의 마음가짐을 갖고 매일을 살아가는 걸까?

 

 이번에 폰을 바꾸면서 가입한 통신사의 요금제의 혜택 중 밀리의 서재 무료를 보고 한창 인기가 있어서 그런 지 도서관에서는 항상 대출 중이어서 읽지 못하고 있었던 "도파민네이션"을 밀리의 서재에서 읽어보기로 했다.

 확실히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폰이나 PC만 있다면 언제든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 종이를 한장한장 넘기면서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되는 종이책의 감성은 가끔 아쉽긴 하지만 감성을 즐기면서 책을 읽을 여유나 종이책을 들고다니기 힘들지만 틈틈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어플. 초창기에는 읽고 싶은 책이 별로 없어서 정기구독을 하고도 원하는 책을 찾으러 도서관을 찾아가야 했었는데 안쓰는 동안 콘텐츠가 많아져서 왠만한 유명한 책은 거의 볼 수 있게 되어 있어 거의 매일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점점 세상은 간단하고 편리해지고 있다. 물질은 풍요롭고 나의 귀찮음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최신기술들이 점점 늘어나 단순노동의 시간은 단축되고 여유시간은 늘어난다. 하지만 풍요로움, 편해진 몸과 늘어난 여유시간으로 나의 삶은 훨씬 행복해질 것 같았지만 나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되려 더 스스로를, 본인의 삶을 불행하게 느끼는 모양이다.

 너무 풍요로워서 또는 너무 여유로워서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그것은 만족을 넘어서 불행과 고통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어떤 사람은 약물을 복용하고, 어떤 사람은 방에 숨어서 넷플릭스를 몰아본다.
또 어떤 사람은 밤새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거의 뭐든 지 하려 든다.
하지만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 모든 회피 시도는 고통을 더 악화시길 뿐이다.

 

 

 사람은 물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고, 지겨운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여유가 생겨도 나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면 만족할 수 없는 쾌락을 끊임없이 추구하다가 결국 불행해진다. 더 큰 쾌락을 계속적으로 찾는 행위는 다른 말로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독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마약, 성, 음식, 술... 물질은 풍요로워 내가 원하고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것들이고 그래서 쉽게 중독되나 끊기는 쉽지 않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게 이런 회피 행위들을 하고 점점 중독이 되어 가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회피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너무 쉽게 몰입되어 쉽게 중독이 되어 버린다.

 중독이 되면 몰입된다. 삶에서 갑자기 생겨난 블랙홀처럼 큰 중력으로 내 일상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주변과 내 마음, 내 몸이 망가져있다.

 나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음식에서 쾌락을 찾으려고 했던 거 같다. 먹다보면 양이 점점 늘어나고 먹고나면 또 다른 것이 먹고 싶었다. 그렇게 먹다보면 속이 좋지 않았고, 살이 쪘고,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그렇게 싫은 내 모습이 싫어서 외면하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고 마음 대신 위를 채우려고 또 먹을 것을 찾았다. 그래서 배는 딱히 고프지 않아도 냉장고를 열고 배달 어플을 켰었다. 책의 말처럼 나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나를 직면하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서 회피하려는 일련의 행동들이었고, 점점 마음의 공허함과 위의 공복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 버린 게 아닐까. 남은 건 지방덩어리의 무겁고 여기저기 아픈 몸과 공허한 마음 뿐이다.

 

 

여유 속에서 결핍의 마음가짐이 생겨나는 것처럼, 결핍 속에서도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심리적 여유는 물질세계 너머의 원천에서 비롯된다.
우리 바깥의 무언가를 믿거나 그것을 위해 매진하는 자세,
그리고 인간적인 유대감과 의미로 가득한 삶을 만드려는 노력은
비록 가난에 처해 있더라도 우리에게 여유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결국 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중독 대상과 이별하고 스스로 중독 대상의 결핍상태가 되는 것 뿐이다. 물질의 결핍과 여유있는 마음으로 물질을 벗어난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노력들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시작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지금의 내 상태와 감정을 속이지 않는 솔직함이다.

 

 

나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솔직함이 의식을 고양하고, 더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며,
더 진심어린 이야기에 힘쓰도록 하고, 만족 지연 능력을 강화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한 솔직함은 미래에 중독이 커지는 상황을 막아준다.

 

 

어떤 문제로 인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 스스로의 상태와 문제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호전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하기란 도전과도 같은 일이다. 책의 말 처럼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나를 훨씬 더 좋은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고, 실수나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변명하고 싶다. 솔직함은 용기가 필요하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거기에 다가가길 권한다. 이렇게 하면 세상은 도망갈 필요 없는 아주 멋지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로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세상은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회피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솔직하게 스스로를 직면하고 받아들여서 거기에 몰입하게 된다면, 공허하기만 하고 보잘 것 없어보이던 별로인 내 삶이 조금은 재밌어지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 오늘이 행복해 지면 분명 내일도 행복해질 테다. 그럼 내 삶을 사랑하게 되고 다른 이의 삶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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