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완독한 책 # 김영하 "다다다(보다 읽다 말하다)"

니그랑 2023. 10.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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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읽다 말하다
저자 김영하

 

자기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느끼는가, 뭘,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세상에 대해서는 비관적 현실주의를 견지하면서도 윤리적으로 건강한 개인주의를 확고하게 담보하려면 단단한 내면이 필수적입니다. 남에게 침범당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은 지식만으로는 구축되지 않습니다. 감각과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지식만 있고 자기 느낌은 없는 사람, 자기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개인이라고 보기 힘들 겁니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 스스로 느끼기보다는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내 감정은 감추고 다중의 의견을 살펴야 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겠죠.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느끼는가, 뭘,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김영하 작가의 소설들은 나에게는 어둡고 피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과 본성을 들여다 보게 되는 느낌이라 흡입력이 있어서 몰입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꽤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보기 전에 나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보다 읽다 말하다"를 보았을 때 고민하지 않고 그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에세이 모음집으로, 작가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책들을 쓰는 작가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지 궁금한 것도 있었는데, 알쓸신잡에서 보았던 위트있는 모습에 더 기대가 되기도 했던 거 같다. 삶의 여러 측면들과 문학, 예술, 정치, 사회, 역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식과 고찰에 대해 알고 싶기도 했다.

 다양한 부분에 대한 글 중에서도 내 기억에 남은 부분은 아무래도 나에게 더 와 닿았기 때문일 터다.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항상 어려운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책을 읽고난 후에도 이 문구를 남겨 두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무엇을 느끼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고, 궁금해해 본 적도 없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을 때, 스스로가 좀 불쌍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의 이야기나 고민에 대해서는 타인으로써 쉽게 판단해서 이성적으로 대답할 수 있었겠지만 그 판단의 대상이 나 일 때면 항상 멈칫거리고 망설이고 결국 합리화했었다.

 정작 나는 모르면서 남의 마음을 쉽게 아는 것처럼 말하고, 그 행동에 대해서 내 잣대로 쉽게 판단했던 거였나. 그래서 내 일과는 달리 쉽게 말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남의 행동을 분석해서 그 마음을 알고 싶어 하고, 그렇게 남에게 맞춰서 생각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누구에게도 쉽게 보여주지 못했고, 나 스스로도 알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럼 내 마음은 누가 알아주고 누가 챙겨주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관심이 타인에게서 내 외면으로, 내 외면에서 내면으로 점점 옮겨지는 거 같다.

 아주 어릴 때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되기는 쉽지 않았고, 학생일 때는 학교생활이 전부라 친구가 세상의 전부 같았었지만, 그 시기를 지나서 학교와 집이라는 환경을 벗어나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부모에게서 멀어져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면 결국 내 옆에 있는 건 나 혼자 뿐인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소중했던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삶의 살게 되고 그 삶에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찾게 되면 그들의 옆에서 나의 역할은 적당한 거리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고 그 삶을 응원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정도 그뿐이고 그들 역시 나에게 마찬가지의 존재가 된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부모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국 나는 스스로 혼자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내 앞에 놓인 길을 매 순간의 선택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길의 흔적은 내 책임이고 내 선택의 결과이다. 오롯이 내가 만든 길이기에 누구도 쉽게 그것을 침범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나와 내 삶이 소중한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내가 가는 길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연인이나, 친구, 부모가 있다면 좀 더 행복하게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나도 받은 만큼 또 돌려주면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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